고대신문 업사이클링 대표 인터뷰_링키 유지은 대표
쓰레기에 대한 작은 관심에서 시작
친환경 강조보단 실용성 갖춰야
“브랜드 소멸이 최종 목표”
자원순환정보시스템이 공개한 2022년 총 폐기물은 1만8645톤이다. 이 중 1만6166톤(86.8%)이 재활용됐다. 최근 쓰레기의 단순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쓸모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이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했다. 본지는 박형호 플라스틱 베이커리 대표, 유지은 링키 대표, 홍약슬 옴쎄 대표, 황보미 업모스트 대표를 만나 업사이클링에 관한 대화를 나눠봤다.
-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시작한 계기는
유지은|“제가 버린 것들이 저에게 어떤 영향으로 되돌아올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먹는 미세플라스틱 양이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이 된다는 기사를 읽고, 제가 버린 쓰레기가 저와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에게 쓰레기가 돌아온다면 좀 더 가치 있게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버려진 자원에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고, 쓰레기와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업사이클링은 환경을 위하는 일이기 때문에 저희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홍약슬|“코로나19로 인한 외부 활동 감소로 베네치아의 물이 깨끗해졌다는 기사를 읽고, 쓰레기와 공장 가동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직접 이를 해결하고 싶었죠. 병뚜껑이나 페트병과 달리 재활용이 어려운 폐조화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환경 보호가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환경을 지키는 행동이 유별나다는 눈초리를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황보미|“영국에서 전공인 디자인 학부 강의를 듣던 중 플라스틱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 설계부터 폐기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제품은 디자인과 판매만 고려할 뿐 폐기 방법은 고려하지 않아 아쉬웠거든요. 제 제품으로 쓰레기에 대해 알리고 사람들에게 경각심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창업했습니다.”
박형호|“순환 경제 관련 워크숍에 참석한 후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순환 경제라는 개념이 영원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 자체가 멋있다고 느껴졌거든요. 2020년에 폐플라스틱으로 명함꽂이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업사이클링에 뛰어들게 됐어요.”
- 작품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박형호|“내구성이 좋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것이 좋은 업사이클링이라 여기고 있거든요.”
유지은|“제품의 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만든다는 업사이클링의 특성상 제품의 질이 낮으면 전달하고자 하는 환경적 메시지가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질이 낮으면 업사이클링 제품이라 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생길테니깐요.”
홍약슬|“제품 제작의 공정을 줄여야 합니다. 환경을 위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데 제작 과정에서 탄소 배출로 환경을 오염시키면 어불성설이니까요. 제작 공정에서 열을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붙여 환경에 최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황보미|“지속적으로 순환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버려진 쓰레기를 한 번 재활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도록요. 그래서 최대한 같은 소재끼리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합니다. 제품의 전 생애주기도 고려해 제작 방법을 선택해요. 봉제 옷을 업사이클링 하기 위해선 바느질을 일일이 뜯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을 제작할 땐 봉제 기법이 아닌 *BBS 기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 재활용된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도 있는데
박형호|“업사이클링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일반인들이 갖는 거부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문손잡이, 의료 부자재, 가구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만들려고 합니다.”
유지은|“업사이클링 제품들이 키링과 지비츠 같은 악세사리류다 보니 ‘예쁜 쓰레기’라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그러나 필요로 하는 이가 있다면 쓰레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홍약슬|“‘예쁜 쓰레기’라는 단어에는 공감할 수 없습니다. 업사이클링을 하는 순간 쓰레기가 아닌 새로운 제품이 되는 것이니깐요.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만큼 ‘예쁜 쓰레기’라는 편견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황보미|“업사이클링 브랜드는 소비자의 선의에 기대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해선 안 됩니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실용적이어야 해요. 쓰레기를 재활용한 느낌이 나서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깐요. 기성 제품과 업사이클링 제품을 구별하지 못할 때가 진정한 업사이클링이라 생각합니다.”
- 환경을 위해 필요한 노력은
황보미|“일회용품 사용을 의식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기업이 무분별하게 생산하는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탓할 순 없죠. 정부의 규제가 일정 부분 필요합니다. 또 소비자들이 재활용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제품에 여러 소재가 혼합돼 있는 경우 분리수거 과정이 번거롭거든요. 기획 단계에서 생산자가 폐기 방법을 고려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합니다.”
유지은|“지역마다 다른 분리수거 방법을 통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지역은 페트병과 병뚜껑을 따로 분리하고, 어떤 지역은 함께 버리고 있어요. 분리수거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정부 차원의 분리수거 방법 통일이 필요합니다.”
박형호|“각자의 자리에서 최대한 친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쓰레기를 덜 버리면 생활 자체가 편해진다는 인식이 퍼지면 좋겠습니다. 공격적인 환경 보호 문구가 아닌 쓰레기를 줄이는 습관이 소비자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홍보가 이뤄져야 합니다.”
홍약슬|“업사이클링 제품이 대중화가 돼야 합니다. 국가 차원의 업사이클링 제품 홍보와 공정 과정 지원을 통해 업사이클링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가 필요합니다. 환경 교육도 개선돼야 해요.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요소가 비단 플라스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교육해야 하죠. 현 교육으로는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없습니다.”
•
BBS 기법(Bias Binding Stitch): 테이프를 이용해 천의 가장자리를 감싸고 꿰매는 기법.
글|황효원 기자 hbbang@
사진제공|박형호·유지은·홍약슬·황보미 대표
출처 : 고대신문(http://www.kunews.ac.kr)